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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EP]

버둥 - 잡아라!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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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DISC 001
TRACK LIST 테이블
No. 곡명 듣기
01 낙수 낙수 듣기
02 이별 이별 듣기
03 칼 듣기
04 태움 태움 듣기
05 안쓰러워 안쓰러워 듣기
미디어
: CD
미디어코드안내
수입구분
: 라이센스
디스크 수
: 1 Disc
제조국
: 한국

음반정보

버둥 - 잡아라! [EP]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별안간 몸속에서 화산이 폭발한 기분이었다. 뜨거운 뭔가가 속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여기저기 뿜어내고 뒤돌아보니 내게 남는 건 그냥 까만 마음뿐이었다.
초연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괜시리 주눅 들어 눈치 보고 움츠러드는 내 모습이 싫었다. 나는 왜 내가 동경하는 저 사람과 다를까 고민했다. 초연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의 끝은 ‘스스로에게 숨김 없는 사람’ 에 닻을 내렸다. ‘나의 잘못이 아니었단 걸 깨닫’고도 평온해질 수 없었다. 스스로 숨김이 없으려면 내 잘못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잘못은 뭐였는지 정확히 알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단계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보고 썼던 곡이 내게 답을 가져다 줬다.
모호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단번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노래는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고 내 목소리를 발판 삼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여전히 나는 작은 호의에 설레고 동경하는 사람들처럼 세련되지 않지만 날 위협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초연한 눈빛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이 ‘좋은 음악’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1, 낙수
늘 조급하고 긴장한 나와는 달리 듬뿍 받은 사랑이 몸 밖으로 뚝뚝 흐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랑이 넘쳐 내 어깨에 닿으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몇 발자국 떨어짐과 동시에 다시 똑같아졌다. 그 쓸쓸함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때 만들었던 곡이다. 어쿠스틱기타로 물이 떨어지는 듯한 사운드를 만들고 그 위에 일렉 기타를 느낌가는 대로 연주했다. 다양하게 들어간 오르간과 관악기 소리가 포인트인 곡이다.

2, 이별
밴드버전인 라이브와 어쿠스틱 버전의 감정이 많이 다른 곡이다. 프로듀서님과 이야기하면서 녹음버전은 어쿠스틱 버전의 감정을 살려보자고 결론을 냈다. 녹음 전 보컬의 감정선을 다시 잡는데 시간을 꽤 오래 쏟았다. 부를 때 유난히 울고 싶어지는 노래 중 하나다.
기타는 전범선 님의 깁슨 어쿠스틱 기타를 빌렸는데 톤이 정말 잘 어울려서 믹스 전에도 몇 번이나 돌려들었다. 웅희 감독님의 눈 내리는 오디오 비디오도 예술이니 꼭 찾아와주시길!

3, 칼
길이가 짧지만 나는 단박에 이 곡이 타이틀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눈치 없는 척을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정말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모른 척 말고 제대로 해야지, 싶은 마음을 담았다. 가식이 만든 유려함 뒤에 감춰져있는 지저분한 본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라이브무대에서 애써주는 진규 우재 지웅님과 함께 편곡했고 그래서 이전 앨범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 곡에서 가장 잘 조화되어 드러나 있다고 느꼈다. 초반부의 유려함과 본성의 무너짐은 영상이 마무리 지어줄 거라고 생각했고 웅희 감독님의 연출은 뭐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덕분에 이번 앨범 작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의지할 수 있었다. 또 뭐 하나 하고 싶은데.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

4, 태움
빛났던 올해의 스타트를 끊어준 곡이었다. 죽으면 그 어떤 변화도 희망도 없다. 희망은 한 방이지만, 희망은 그 하나를 위해 몇 년이고 버티며 살아있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면서까지 살아있고 싶니, 누가 물어도 난 응, 하고 말할 거야.
라이브를 아는 사람이면 정말 예측도 할 수 없는 편곡일 것이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소리들 사이에 목소리가 홀로 노래하다 합창을 만나 새 공간을 여는 편곡은 드라마처럼 예쁜 단면의 희망이 아닌 입체적인 현실의 희망을 잘 드러낸다.

5, 안쓰러워
노래가 내게 찾아왔다. 괜찮은 척이 익숙해질 때쯤 내 입에서 안쓰럽다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마치 빙의라도 한 것 마냥 흘러나오는 몇 소절이 그대로 노래가 되었다. 같은 가사를 다르게 들리게끔 부르는 것에 흥미가 생겨 이런 포맷의 곡을 많이 썼다.
이번 앨범에 들어가는 보컬fx 포맷을 처음 구상한 곡이다. 기타는 프로듀서님 작업실에서 원 테이크로 여러 테이크 받아서 섞었다. 나는 쭉 이어서 연주하고 프로듀서님이 곡의 흐름에 맞춰 이팩터를 조작해서 만들었다. 아날로그 오토메이션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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