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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Y(아도이) - VIVID
DOY [VIVID] : 당신이 아는, 모르는 세계
새 앨범을 들으며 공연히 아도이의 이름을 검색창에 써 보았다. 대체불가 밴드, 핫 한 인디밴드, 새 시대의 밴드, 인싸 밴드.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수식어들이 쏟아졌다. 2017년 5월 데뷔, 두 장의 미니앨범 발매를 통해 튼튼한 팬덤을 구축한 이들은 약간의 멤버 조정 뒤 오주환, 지, 정다영, 박근창이라는 지금의 4인조 라인업을 확정했다. 명확한 진영을 갖춘 뒤 밴드의 엔진은 더욱 거세게 돌아갔다. 기천 규모의 단독 공연은 물론 국내외 각종 음악 페스티벌을 섭렵했고, 홍콩, 태국, 베트남, 필리핀, 대만, 싱가폴 등을 잇는 아시아 투어도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그 언제보다 밴드 활동 하기가 어려워진 시대,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이들 활약의 흔적을 따라가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아도이가 어떤 밴드였더라. 달콤한 감언이설 같은 화려한 말들 아래 가려진, 아도이는 어떤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였더라.
데뷔 후 2년 반 만에 선보이는 아도이의 첫 정규 앨범 [VIVID]는 바로 그 질문을 위해 준비된 모범답안이다. 당신들이 우리를 무어라 부르든,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이런 소리와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묵묵한 대답. 그 대답은 아도이의 음악이 그렇듯 여리고 조금은 무뚝뚝해 단번에 눈치채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온 이라면 안다. 아니, 알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번 앨범으로 처음 아도이를 만나게 된 이에게도 희망은 있다.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열 곡을 들어줄, 요즘 세상에 참 드문 인내심을 이라면 누구에게나 들릴 명확한 울림이기 때문이다.
[VIVID]는 지금까지 아도이가 들려준 음악들과 같은 결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전혀 다른 얼굴을 내보이는 앨범이다. 신스팝을 기본으로 따뜻하고 커다란 수조에 서서히 잠기듯 매만진 사운드,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과 환상을 향한 꿈결 같은 노랫말은 지금껏 아도이를 대표하는 특유의 부유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소환한다. 다만 달라진 건 형식이다. 지난 EP [CATNIP]과 [LOVE]가 그 이미지를 선명한 멜로디나 곡의 테마를 통해 표현해 왔다면, [VIVID]는 그것을 사운드의 질감이나 밴드 내부에서 일어난 세계관의 확장을 통해 접근한다.
앨범의 볼륨은 그러한 변화의 가장 큰 축이다. 총 10곡이 담긴 정규 앨범. 긴 호흡으로, 가능한 천천히 밴드가 그려낼 수 있는 소리와 감성의 크기를 가늠하는 앨범은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앨범의 초반에 위치한 ‘LEMON’이나 선공개 곡 ‘Pool’, ‘Someday’ 같은 곡들은 지금까지 아도이가 가장 사랑 받았던 사랑스러운 신스팝의 낭창함을 그대로 재현한다. 일종의 안정제 처방이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아도이는 그 쿠션들 사이 ‘Porter’의 자리를 만든다. 조금은 의외의 게스트인 래퍼 우원재의 참여가 눈에 띄는 노래는 무한히 반복되는 루프 위로 낙원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영원을 노래한다. 앨범이 예상대로만 흐르진 않겠구나 긴장되는 찰나 오주환과 정다영이 정답게 나눠 부르는 ‘Domino’와 ‘Swim’이 조용히 곁에 내려 앉는다. ‘Swim’을 통해 미리 맛본 그대로, 두 노래는 지금껏 우리가 아껴 온 아도이만의 감성을 가장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다. 두 곡으로 터닝 포인트를 넘은 앨범은 거침이 없다. 눈앞에 푸른 영혼들의 엄숙한 행렬을 그려내는 ‘Ever’,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Ugly’, 연주곡 ‘Moondance’를 거쳐 나른하게 마무리되는 마지막 곡 ‘Away’에 이르기까지. 앨범은 ‘청춘의 신스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아도이를 넘어 드림팝, 칠 웨이브를 향한 음악적 야심을 과감히 드러낸다. 당신의 어떤 기대와도 다른, 지금껏 가장 무심하고 선명한 표정으로.
이 앨범이 여전히 따뜻한 한 편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받는 건 그 때문이다. [VIVID]는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다. 누구나 기대하는 이미지의 나열을 손쉽게 던져 주는 호락호락함이 없는, 희뿌연 안개 속을 한참 헤치고 들어가야 나타나는 익숙한 동시에 낯선 세계다. 희미하게 반짝이던 자신을 알아봐준 이에게 내민 조금 떨리는 손. 그 손을 잡는데 두려움은 없다. 지금껏 아도이가 만들어 낸 세계 속에서 마음껏 떠다니며 뛰어 논 기억이 있는 이라면, 당신은 이 곳에서 언제까지나 안전하다. 친숙한 도시의 네온사인이 주는 안정감에 몸을 맡긴 채,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안으로 첨벙 몸을 던져본다. 그곳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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