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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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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sc
제조국
: 한국

음반정보

아무런 정보와 설명 없이 음악 관계자들에게 본작을 들려주었다. 십중팔구 요즘 잘 나가는 해외 팝 음반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제대로 된 쉬크와 트렌디가 실종된 대한민국의 음악 씬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음악이 만들어졌으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들의 씬은 꽤 오랜 세월 후크송, 아이돌, 한국형 감성이라는 손쉬운 경향들의 토착화로 창작 자체가 경직되고 음악적 성취감이 무모한 시도처럼 여겨져 왔다. 적어도 선입견을 버린다면 혹은 세상의 흐름에 귀를 기울인다면 솔루션스의 본작은 팝의 프론트라인에 서있는 음악 혹은 그 이상 의미로 다가설 것이다.

두 장의 솔로 음반을 통해 모던 영재라 불려온 ‘나루’와 어쿠스틱 계열 싱어송라이터 ‘박솔’이 새롭게 팀을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금년 초. 지난해 서포트 유어 뮤직(레이블이 없는 아티스트의 음반 제작을 지원하는 민트페이퍼의 소셜 펀딩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된 박솔의 음반을 나루가 프로듀싱 하면서 시작됐던 인연이 자연스레 밴드 결성까지 이어진 것이지만, 꾸준히 이들을 아껴온 팬들에게는 의외의 조합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관심 밖의 이슈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단 1년 사이에도 셀 수 없이 피고 지는 무수히 많은 음반과 프로젝트, 그 중 음악적 혹은 대중적으로 충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한 팀은 얼마나 있었을까?
하지만 이들의 곡 작업이 거듭될수록 동료 뮤지션과 스탭들로부터 쏟아진 찬사는 점차 심상치 않은 수준에 접어들었다.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음악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던 지난 6월, 첫 싱글 'Sounds of the Universe' 로 레이블 쇼 'live THEY 2012'를 통해 솔루션스의 베일은 벗겨졌다. 조금은 낯설지만 세련됨으로 무장된 사운드와 연주도 탁월했지만, 과거 소심하고 경직되어 있던 나루와 실없이 착하게만 보이던 박솔의 180도 달라진 이미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해피로봇 레코드가 2012년 하반기의 히든카드로 꺼내든 ‘프로젝트 솔루션스’의 성공적인 신호탄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예고된 일정대로 댄서블한 록 넘버의 두 번째 싱글 'Talk, Dance, Party for Love' 가 7월 발표됐고 또 한 번의 호평 속에 앨범에 대한 기대감까지 점차 커져갔다. 그리고 작업실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10개월을 준비한 거물급 신예 ‘솔루션스’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이 드디어 완성됐다.

나루라는 아티스트의 등장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봐온 사람들은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천재’라는 공통된 아쉬움을 피력한다. 모든 악기를 독학으로 배우고 완벽하게 다루는 것도 모자라 짧은 시간 내에 음악을 흡수하고 구현하는 능력은 현재 음악 씬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박솔 역시 만만치 않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짧은 음악적 경력은 물론 그 누구와의 교류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허를 찌르는 송라이팅과 호소력 있는 가창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는 점은 꽤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둘의 공통점은 잠재된 실력들이 제대로 구현되고 조명될 기회가 적었다는 것. 어찌보면 의외의 조합으로 여겨졌던 둘은 솔루션스라는 합을 통해 스스로의 탐구와 동반 상승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솔루션스의 음악 작업은 비교적 편안한 시각에서 시작됐다. 그들의 10대와 20대를 가득 채웠던 다양한 팝과 록의 영향을 오롯하게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솔루션스의 음악에는 도발적이면서도 전통의 미학이 담긴 90년대 브릿팝(오아시스, 블러)부터 거친 사운드와 충실한 멜로디가 대비되는 미국식 얼터너티브(위저, 스매슁 펌킨스)을 거쳐 21세기형 일본 대중음악(아시아쿵푸 제너레이션, 동경사변, 캡슐)까지 다양함이 혼재되어있다. 최근 이처럼 한 가지 장르로 명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스타일과 경향들이 늘어나면서 ‘퓨쳐’라는 용어들(일렉트로닉과 레트로 사운드가 합쳐진 제이미 리델의 퓨쳐 소울이 대표적)이 사용되고 있기에 솔루션스의 음악을 퓨쳐 팝 혹은 새로운 형태의 모던록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어쨌거나 솔루션스는 나루와 박솔이 지금껏 발표해온 음악에 비해 복합적인 스타일, 과감한 전개, 치밀한 구성에 강력한 화력까지 명백한 차별성을 갖췄다.
내용적으로 들어갔을 때 솔루션스의 셀프 타이틀 앨범은 참 기묘한 위치에 서있는 작품이다. 한국 지형에 걸맞은 작법들을 강화하여 음원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작금의 시장 상황에 비춰봤을 때 철저히 반대되는 구석이 있다. 기성 가요의 느낌을 철저히 부정하고 외면한 느낌마저 든다. 소위 방송 표준이라는 3분과는 거리가 먼 5분 내외의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미로’ 단 한 곡을 제외하고는 전곡이 영어 가사로 채워져 있으며 무려 53분이란 근래 보기 드문 러닝타임까지 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 대해 전혀 배려심(?)이 없어 보이는 데뷔 앨범이지만, 오히려 그 무모함이 더 기특하게 여겨지고 흔치않은 질감들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왜일까? 같은 레이블(해피로봇레코드)의 동료 밴드 ‘칵스’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거친 도전은 솔루션스를 통해 좀 더 대중적이고 다각도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진취적인 사운드와 대담한 편곡, 그 속에 키를 놓치지 않는 팝적인 감각과 멜로디 라인’
‘스케일이 커질수록 숨어있는 의도들은 보다 디테일하고 촘촘하다’
앨범 전체를 여러 차례 감상하며 음악 관계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코멘트들이다.
이러한 본작의 정서를 대표하는 곡으로는 'Lines' 와 'Silence' 를 우선 꼽을 수 있다. 타이틀곡으로 일찍부터 낙점된'Lines' 는 평면적인 리듬감에 수려한 코드 진행이 더해진 모던록 넘버로, 기교를 배제한 채 건조하게 노래하는 박솔의 목소리가 이목을 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수많은 감정의 선들을 이야기한 곡으로 국내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위해 한글 가사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한 점 또한 이채롭다. 단 한 번의 공연을 통해 솔루션스의 대표곡으로 떠오른 'Silence' 는 콜드플레이의 'Fix You' 를 떠올리게 하는 서정적인 시작으로 맨체스터 사운드 경향의 도입부 기타 프레이즈를 거쳐 벨벳 리볼버 풍의 스트레이트한 연주로 마무리되는 변화무쌍한 트랙이다.
앨범의 전반부는 지난 6월과 7월 싱글로 각각 발매된 'Sounds of the Universe' 와 'Talk, Dance, Party for Love' 가 포진되어 있다. 솔루션스의 음악적 청사진을 예고하는 'Sounds of The Universe' 는 마치 검정치마와 칵스의 음악이 매쉬업된 듯 기타팝과 일렉트로닉의 접점을 황금율로 그려내고 있다. 절정의 팝 감각에 댄서블한 리듬을 탑재한 'Talk, Dance, Party for Love' 는 솔루션스가 추구하는 다양한 스타일을 하나의 곡으로 농축해본 곡. 무엇보다 나루의 변화무쌍한 기타 프레이즈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아이리쉬(irish)적인 리프와 로우(raw)한 보컬이 압도적인 'Brand New Day' 와 이펙트 걸린 비트와 드라이브감 넘치는 연주의 묘한 2중주 'Otherside' 는 도발적이면서도 진취적인 감각이 빛을 발하는 트랙들이며, 위저를 필두로 한 90년대식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연상되는 ‘(I Could't Be) Your Love’, 헤비한 기타와 쉬크한 보컬 억양이 매력적인 'Nothing's Wrong' 는 멤버들이 사운드의 완성도에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곡들이다. 후반부를 채우고 있는 두 곡은 협업을 통한 송라이팅 형태에서 벗어나 멤버 각자가 주도권을 갖고 진행해 본 솔로 곡의 의미를 갖고 있다. 유일한 한글 가사이자 슬로우 템포인 ‘미로’는 박솔의 작품으로 점층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며, 전형적인 브릿팝의 기조를 머금은 'Farewell' 은 경쾌한 건반 터치가 일품인 나루의 작품이다.

‘양질의 다양한 문화와 음악을 홀릭하며 자라난 영민한 팝 키드가 미래지향적 감각을 탑재할 때 어떠한 아웃풋을 뽑아낼 수 있을까’란 (푸념 섞인) 오래된 궁금증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트랙들만으로도 또 다른 앨범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솔루션스의 음악적 열망과 창작적 멘탈은 여전히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기대주 이상의 결과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끝마친 솔루션스의 본작은 그야말로 출사표. 그렇기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앞으로의 진화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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