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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PIANO SONATAS - WALDSTEIN, HAMMERKLANIER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 김선욱]

SUNWOOK KIM(김선욱) - BEETHOVEN: PIANO SONATAS - WALDSTEIN, HAMMERKLANIER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 김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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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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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구분
: 수입
디스크 수
: 1 Disc
녹음연도
: 2015
제조국
: EU

음반정보

김선욱이 선보인 새로운 베토벤의 세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독일의 고품격 클래식 전문레이블 Accentus를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2015년 6월 베를린의 유명한 레코딩 로케이션인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의 녹음으로서, 여러 해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심도 깊은 실험과 진지한 모험을 마친 김선욱은 비로소 레코딩을 통해 베토벤을 찬미하기 위한 자신만의 철옹성에 첫 벽돌을 얹었다.
이 음반을 통해 김선욱의 냉철한 이성과 독보적인 심미안은 아직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발견해야 할 많은 미지의 음향과 방대한 의미의 광맥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음반이다 !!!

김선욱이 선보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앨범의 첫 곡인 ‘발트슈타인’에 대한 첫인상부터 말하자면, 발터 기제킹의 콜럼비아 레코딩이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욕망의 질주’가 21세기에 새롭게 재탄생한 듯하다. 첫 주제의 연타음이나 트릴부터 베토벤이 의도한 새로운 사운드의 세계를 인식한 듯 장식적인 효과를 배재한 채 스토리 텔링을 위한 주요질료로 받아들여 부분마다 전혀 다른 의미와 구조적인 효과를 생성해낸다. 이러한 주제에 종지부를 찍는 옥타브가 종결된 후 짜릿하게 울려퍼지는 예수 그리수도 교회의 특징적인 잔향, 그리고 2악장의 멜랑콜릭하다기보다 불안한 느낌을 자아내는 첫 주제에 묻어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모델 D의 묵직하면서도 몹시 정련된 터치의 사운드, 3악장 도입부와 연결구의 신비로운 페달링 또한 대단히 독특하고 개성적이어서 마치 이 작품을 처음 듣는 듯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김선욱은 활화산처럼 솟구치기보다는 소나타의 구조와 전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음표 및 악상기호가 지시하는 자율적인 음향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다.

디테일의 완벽한 정돈과 이에 구조적으로 움직이는 음표들의 논리적인 전개,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 사이의 그 광활한 음량의 스펙트럼으로부터 소나타 고유의 내적논리를 적확하게 발견하여 제시와 변형, 조화의 과정을 끊임없이 꿈틀대게끔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특히 3악장에서 첫 주제 제시에 모든 힘을 싫지 않고 전개부와 발전부와의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힘은 안배, 점점 확장해 나아가는 구조적인 크레센도를 위해 주제선율마다 각기 다른 힘을 불어넣는 한편, 새로운 경과구나 장식음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으며 연주자 자신만의 새로운 동력원을 찾아낸다. 마치 32번 소나타의 아리에타 악장에 버금가듯, 김선욱은 마지막 피날레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마법적인 흐름을 생성해내며 결국 그 힘을 응축하여 피날레에서 남김없이 은백색을 발산하며 완전연소해버린다.

29번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는 김선욱이 첫 앨범에 수록할 만한 야심찬 작품이자 연주로서 지난 서울 LG 아트센터에서의 연주회에서 보여주었던 그 커다란 감동을 리마인드시켜준다. 완벽한 양손 옥타브의 화성과 저음부의 배음, 오른손의 육중한 무게감을 실은 날렵한 스타카토와 화음의 도약을 보여주는 첫 악장 Allegro와 붓점의 디테일한 뉘앙스와 글리산도의 신비스러운 사운드가 대조를 이루며 무곡적인 느낌보다는 잘 구성된 유리인형(안에 각기 다른 색의 액체가 든) 시소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Scherzo는 오히려 음반쪽이 실연에서보다 더욱 냉정하고 절제되어 있어 큰 인상을 심어준다.

서늘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장대한 드라마인 3악장에서 김선욱은 셋잇단음 옥타브와 16분음표에 제각기 다른 무게의 터치로 상대적인 느낌의 대조를 연출하는 한편, 장조와 단조, 멜로디와 대위법의 느낌을 오가는 멜로디 라인에 단선율적이라기보다는 복선율적인 깊이감과 상징을 담으려는 듯 초감각적이면서 극도로 투명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특히 espressivo와 sempre legato(혹은 sempre cresc-dimin-cresc-molto espressivo) 패시지의 의미를 극적인 반전보다는 흐름의 새로운 시작으로 읽어내어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Adagio Sostenuto만의 심오한 매혹의 순간을 새롭게 그려낸다. 음울했던 톤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밝아지고, 다시 어두운 공간으로 일관하다가 순수한 노래를 부르며 짧은 섬광과도 같은 수줍은 엑스타시를 터뜨린 뒤, 다시 여명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사운드 그 자체의 색상적 드라마도 김선욱만의 탁월한 개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3악장이 왜 아름다운가에 대한 정확한 자기 확신과 자기 논리를 김선욱은 이미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다. 마지막 4악장 푸가의 장대함과 단호함은 기존의 비르투오소들이 보여주었던 것과 사뭇 다르기에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열광적인 힘보다 대위법적인 구축력과 논리적인 호소력이 얼마나 큰 감동과 다채로운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서, 특히 왼손 옥타브의 상승과 오른손 옥타브의 하강에 이어지는 트레몰로의 흐드러지는 댓구, 그리고 이어지는 재기발랄한 성부진행과 진폭이 큰 스케일의 수축, 팽창을 통한 음악적인 묘미는 베토벤이 이 작품을 통해 제창하고자 한 전혀 새로운 음향세계를 적나라하게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뒤 피안의 세계로 넘어가버린 듯한 김선욱의 냉철한 이성과 독보적인 심미안은 아직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발견해야 할 많은 미지의 음향과 방대한 의미의 광맥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글: 박제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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